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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2월 취업 전 시간에 여유가 있어 큰 마음 먹고 고액과외를 시작하였다.중고등학교 학창시절에도 학원 다녀보고 적정금액까지는 해봤어도 고액까지는 안해봤는데 시간도 남고 수중에 돈도 있고 영어 고액과외를 받아보기로 하였다. 영어에 대해서는 항상 부족함을 느끼던 바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전반에 걸친 대수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바였다. 지금까지 한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고액과외라면 나의 갈증을 풀어줄 수 있지 않을까. 그때의 생각이었다.
 나의 영어실력은 국내에서는 어디가서 꿀리지 않을 정도이다. 워낙 요즘에 영어 잘하는 사람이 많으니 현재 회사에서는 꿀리고 있지만 영어를 배워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가장 열심히 공부했던 터라 그렇게 생각했다. 특별한 준비 없어 공인 영어시험을 본다면, 토익은 최근 쳐본 적이 없지만 아마 900이상, 토플로는 100 이상 정도 되는 정도였다. 배움이 더 필요하긴 한 상태. 20대 중반 이후 약 7년 여간 영어실력이 제자리 걸음 이라는 느낌이었다. 그 7년동안 남들 하는 웬만한 영어관련 학습은 다 해본 것 같다. 전화영어도 해보고, 학원도 다녀보고, 통번역 대학원 준비과정 인강도 들어보았다. 가장 좋았던 것은 통번역 대학원 준비과정이었다. 어쨌든, 남들 하는만큼은 했지만 그렇다고 또 뭐 엄청나게 집중해서 하지는 않았다는 이야기. 그러고보니 집중해서 하지 않은 게 제일 문제였다는 생각이 들지만 지금은 실패한 고액과외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하니 접어두고.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왜 그랬는지, 돈을 안쓴게 문제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돈을 쓰고서라도 하겠다는 생각에 돈 쓸 방법을 찾아보았다. 나의 목표는 말하기와 쓰기 전반을 향상시키는 것이었다. 말은 할 줄 알아도 이게 맞는지도 모르고 하는 말하기와, 쓰면서도 비문이 아닌지 항상 조마조마한 쓰기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고액 과외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고, 그래서 그 당시 나의 구글 검색어는 '원어민' '집중' 등이었던 것 같다. 처음부터 이렇게 찍고 검색한 것은 아닌데 집중코스가 있겠지 라는 생각에 찾아보니 원어민 집중코스가 있어서 다시 검색을 해보았던 것 같다. 당시 두세개 정도의 원어민 집중코스가 있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화상영어인데 하루10분 이정도가 아니라 하루 2~3시간씩 해서 주 3일, 5일 화상영어를 하고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여러가지를 동시에 진행하는 코스였다. 그러다 보니 한달에 800만원까지 가는 코스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따지고 보면 대개 한시간당 5만원 정도로 또 엄청나게 비싼 것은 아니었으나 나에게는 엄청난 고액과외였다. 웹사이트에 나온 코스와 금액을 보고 내가 최종적으로 결정한 것은 한미 IBT. 주 3회 3시간 하는 코스로 180만원 가량이었다. 

 결과는 제목부터 언급되어 있듯이 대실패. 나의 무지와 한미 IBT측의 무능력 혹은 무책임이 결합된 총체적 난국이었다. 성공적인 학습과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요소들을 생각해보면, 정확한 목표 설정과 그에 따른 구체적인 실행계획, 상황에 따른 유연한 실행력과 피드백에 따른 재빠른 방향 수정, 지속적인 목표에 대한  재인식 및 재설정 등이 필요할 것 같다. 여느 프로젝트의 성공요소와 별반 다르지 않다. 목표 설정, 실행, 피드백, 리더십.

 목표 설정부터 제대로 되지 않았다. 나의 목표는 말하기와 쓰기의 향상. 더 구체적으로는, 내가 말하는 한마디 한마디를 다 잡아서, 나의 잘못된 말하기 패턴을 잡아내고, 이 패턴을 교정해주고, 나의 의미 전달을 위해서 사용될 수 있는 좀 더 자연스럽고 풍부한 표현을 제시해주었으면 했다. 또 쓰기와 관련해서는, 내가 쓰는 문장들을 더 자연스럽게 교정해주고, 상황에 맞는 여러가지 표현들을 제시해주기를 바랬다. 문제는, 내가 이러한 구체적인 목표를 학습 시작 전에 설정하지  못하였고, 업체측도 나의 모호한 요구사항에 대하여 요구사항 구체화를 더 진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시 나의 요구사항은 위 구체적인 내용의 딱 절반이었다.말하기에 있어서 교정을 해주고 더 풍부한 표현을 제시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점, 쓰기에 있어서 더 자연스러운 표현을 제시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점. 한단계 더 구체적인 행동지침을 내가 줄 수 있었다면 더 나았을지는 모르겠다. 업체측에는 아직도 정체를 잘 모르겟지만, 원장 혹은 코디네이터 같은 사람이 있었다. 미국 어딘가에서 교수를 하고 왔다든가 박사라든가 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전화 및 이메일을 통해 나의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금액이 금액이니만큼 수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나의 요구사항을 최대한 구체화하고 싶었다. 여느 프로젝트들의 실패요인 중 가장 큰 것이 요구사항 정의 실패일 것이다. 프로젝트가 시작하기 전에 고객은 자신이 원하는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에 모호한 요구사항을 내놓기 마련이고 그래서 소프트웨어 공학이라는 학문까지 생겼을 터이다. 아쉽게도 한미 IBT에서는 요구사항 도출 단계를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듯 했다. 내가 기대했던 초기단계에서의 모습은 내가 제시한 요구사항에 대해 피드백을 받고 나도 더 생각해서 다시 요구사항을 주고 하는 방식으로 여러차례 교환하면서 구체적인 목표를 잡고 그에 따른 구체적인 학습방법을 정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업체측에서는 나의 요구사항에 대해 명확한 피드백이 없었고 내가 제시한 요구사항에 따라 커리큘럼을 짜겠다는 말 뿐이었다. 그래서 구체적인 목표 설정이 되지 않았다.

 목표설정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것과 더불어, 실행계획도 제대로 짜여지지 않았다. 나는 요구사항을 제시하면서 실행계획도 미리 보고 논의를 통해 도출하고 싶었다. 커리큘럼을 미리 제시받고 나의 의견을 제시하고 여러번 논의를 통해 수정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업체측에서는 커리큘럼도 미리 제시해주지 않았다. 180만원 짜리 코스 치고는 너무 허술하였다. 수업 시작 전에 단톡방을 열어서 아마도 선생님이 되실 분들과의 단체 채팅방을 열고 인사를 나누었다. 나에게 구글닥스 문서가 공유되었고,  그곳에 커리큘럼을 짜주실 거라고 했다. 나는 커리큘럼에 대한 적극적인 피드백을 주고 싶었으나 커리큘럼은 제대로 공유되지 않았다. 오직 presentation을 담당하신 선생님만이 어떤 학습이 이루어질지 그나마 매주 업데이트를 해주셨고, 나머지 분들은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제시해주지 않았다. 한달이라는 짧은 기간이었기에 나는 첫주도 허투로 낭비하고 싶지 않았고, 나와 선생님과 맞춰가는 기간을 최대한 줄이고 싶었지만 업체측에서는 그러한 기회를 마련해주지 않았다. 또한 세명의 선생님들간에 조율이 전혀 되지 않는 것 같았다.(일주일 세번 수업이라 각각의 요일에 세명의 선생님이 배정되었다.) 선생님들은 업체측과 개별적으로 계약을 하고 일을 진행하는 것으로 보였다. 구슬이 서말이어야 꿰어야 보배라는 말 처럼 180만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섭외한 선생님들이었으나 제대로 조율이 되지 않으니 내가 원했던 전반적인 실력향상에 서로 시너지를 가질 수 있을리가 만무했다.

 또한 실행 그 자체도 엉망이었다. 처음에 배정되었던 선생님이 수업 시작 직전에 바뀐 것은 그럴 수 있다 하였다. 업체측에서도 나에게 더 좋은 선생님을 고민하느라 그랬다고 했으니 납득하였다. 그러나 첫주차에 세명 중 한명의 선생님이 그만둔 것은 어이가 없었다. 업체측의 설명은 내가 너무 무서워서 못하겠다는 것. 생각해보면 이때 난리를 쳐서라도 환불받고 관뒀어야하는데 나의 야심찬계획을 관둘수가 없어 그대로 진행한 것이 잘못이었다. 관둔 선생님의 수업은 이메일 관련 수업이었다. 내가 공격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매사에 지나치게 진지하고 특히 야심찬 한달계획에 맞추어 어떻게든 뭔가 얻어내고자 하는 모습이 보였을 터이다. 그런데 선생님이 학생 무섭다고 관두는 건 참...거기에 아무렇지 않게 변명을 하는 업체의 모습도 어이가 없었다. 그리고 바로 다음주에 새로운 선생님이 배정되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른 두분 중 한분이 다음주에는 두번의 수업을 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수업당일 이분이 하시는 말씀이 자기도 수업 배정된 줄 몰랐다고, 일어나보니 캘린더에 스케쥴링 되어있었다며 기가 차 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는 새로 배정해주실 분에 대한 이야기를 업체측과 하였는데 역시나 매끄럽지 않았다. 원래는 새 선생님을 바로 찾아서 바로 다음주부터 수업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하였으나, 위에서 적은 바와 같이 기존 선생님이 커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고, 새 선생님을 만나는 당일날에도 수업을 10~20분 가량 늦게 시작했다. 와야되는 연락이 안와서 업체측에 연락해보니 아직 새선생님과 조율중이라고... 그렇게 만난 새선생님은 더 어이가 없었다. 첫 수업시간 내내 한국의 영어학원 산업이 얼마나 엉망이고 내가 그 피해를 얼마나 입었는지, 본인은 진짜고 나머지는 얼마나 엉망인지에 대해 설명하는데 근 30~40분을 쓰셨다. 이때라도 환불요청을 했어야 하는데, 아마 매몰비용의 딜레마 때문이었던 듯, 나는 앞으로 더 나아지겠지라는 생각에 그냥 진행했던 것 같다.

 총 11번인가 12번의 수업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초반을 어이없게 보내고는 이후 안정적으로 수업을 진행하였다는 생각이 들지만.... 돌아보니 초반이라고 하기에는 적은 수업 일수 중 4~5번째 수업까지 안정화가 되지 안았으니 거의 반을 날렸으니 이후에 안정적이었다고 좋아할 일만도 아닌 듯 하다.

 개인적으로 진짜 intensive한 코스를 진행하기를 원해서 많은 숙제를 원했는데, 나의 실책으로 다른 계획과 겹쳐 제대로 하지 못하였던 것이 아쉽다. 특히 presentation을 담당해주시는 선생님은 나의 구미와 딱 맞는 수업을 진행해주셨다. 놀랍게도 나와 대화하는 동시에 나의 말을 받아쓸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계셔서, 내가 하는 말을 쭉 적어놓고 수업 후에 교정을 하셔서 보내주셨다. 숙제도 적절히 내주셔서 수업시간에 할말도 많고 할일도 많았다. 수업시간이 부족한 느낌이었다. 사실 이분과 하루 세시간 수업을 다 했으면 300%정도 만족했을 것 같은데 수업시간이 1시간 뿐이어서 아쉬웠다. 

 마지막까지도 나의 intensive course 는 평탄하지 못했다. 마지막 시차인가 바로 전 시차인가에 Speaking 담당 선생님 (거의 Free talking만 하신...) 께서 뭔 얘기를 하다가 그랬는지 잘 기억이 안나는데 내가 Writing선생님과 하는 과제를 보자고 하는 일이 있었다. 이메일로 보내주었던 것 같은데 이후 Speaking선생님의 반응이 너무 무책임하였다. Writing 선생님의 첨삭이 엉망진창이라는 것. 요지는 문법적으로 잘못된 것 고치는 것이나 어색한 단어 바꾸는 것은 이 돈 안주고도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다. native의 글이 될 수 있도록 전체적인 내용을 고치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씀. 거의 마지막 수업에 그런 말씀을 하시면 내 180만원은 어찌되는건가요... 3분이 나눠서 했으니 최소 60만원은 날라간 거네요...ㅜㅜ 전체 수업시수의 1/3은 혼란과 혼돈에서 보내다가 겨우 하나 했더니 마지막에 선생님중 한분이 수업시간 상당부분을 써서 다른 선생님 디스하는 그런 Intensive course의 마무리.

 없는 돈에 시간이 남으니 뭐든 해봐야 겠다는 생각에 도박하듯이 썼던 180만원이라는 돈이 너무 아까워 생각날때마다 분에 찬 후기를 쓰다보니 이미 9월이 되었다. 수업을 한 것이 2월이니 7개월이 지난 셈. 지금와서 다시 생각해도 어이가 없는 intensive course였다. 문제는 나에게 있을 수도 있다. 백마탄 왕자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아마 내 구미에 맞는 그런 course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 또는 내가 낸 돈이 내가 원하는 것에 비해서 너무 적었을지도 모른다. 따져보면 시간당 5만원인 셈인데 이돈으로는 미국분들의 시급에 한참 못미친다거나....는 말도 안된다. 우리가 무슨 인도도 아니고 우리나라 물가나 미국물가나 거기서 거긴데, 업체에서 떼가는 것 생각해도 시급 4만원이면... 잘 모르겠다. 혹시 업체에서 한 절반 떼가는 건가. 

 결론적으로,  intensive course의 취지는 좋으나, 아무리 선생님이 훌륭하고 내가 열심히 해도 이런식의 운영이면 전혀 실력향상에 도움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이다. 각각의 선생님이 제공하는 컨텐츠는 차치하고서라도, intensive course라는 이름 하에 서로 전혀 모르는 선생님들을 모아놓고 진행하는 것은 다른 개별 선생님의 컨텐츠와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이다. Coordinator 의 역할이 중요해진다고 보는데, 한미 IBT에서는 시간 배정 이외에 Coordination이라는 것이 있는지 의문이다. 선생님들간에 서로 모르는 것은 당연하고 다른사람이 뭘 이사람한테 가르쳤는지 알지도 못하는 일은 intensive course라는 이름에 전혀 맞지 않는다고 본다. 이러한 코스를 등록할 때는 잘 team up된 사람들이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가르치는 것을 생각하기 마련이지, 그냥 서로다른 세사람 모아놓는다고 생각하지 않을 터.
 
180만원이라는 거금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방향의 학습을 진행하지 못한 것이 아쉬워 분노에 찬 후기를 쓰지만, 한달의 집중코스를 통해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있을 거라는 말에 혹했던 나의 잘못이 있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한달 하면 달라지는 걸 느끼실 거에요' 라는 말을 믿었던 것이 잘못이다. 단기간 속성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인생 내내 느껴왔고 확신하였던 바이지만 이번엔 넘어가고 말았다... 간사한 사람의 마음이란.

후기를 너무 오래 걸쳐서 썼다. 후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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